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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새벽바다를 여는 사람들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김민수(dach) 기자

▲ 지미봉에서 바라본 해돋이 광경-지난 밤 폭우가 내린 후라 구름이 많습니다.

ⓒ2004 김민수

어제(23일)도 밤새도록 비가 내렸습니다. 오랜 가뭄 끝에 온 비가 너무도 반가워서 아이들처럼 뛰어나가 비를 맞은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젠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렸는지 지리한 장맛비처럼 계속되는 비에 농민들은 한숨을 쉬고 있습니다.

비가 오지 않아서 뿌렸던 당근 씨들이 거반 타 죽었는데 이젠 비가 너무 와서 흙이 패여 그나마 나온 싹들도 쓸모 없게 만들어버렸고, 땅이 어느 정도 고슬고슬해야 감자를 심는데 그 흙먼지만 날리던 밭에 물이 들어 질척하니 파종을 할 수도 없습니다.

땅 속에서 여물어가던 땅콩도 빗물에 드러나 버렸습니다. 시절을 좇아 비가 내려주어도 힘든 농촌의 현실인데, 야속하게도 비껴가기만 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픕니다.

그렇게 비를 기다리더니만 벌써 비라면 지긋지긋하다고 하냐며 간사하다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게 우리 사람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열대야에 잠 못 이루던 때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새벽녘에는 이불싸움을 하는 요즘입니다. 하루가 가고 또 하루가 가는 것이 아무 것도 아닌가 싶었는데 계절이 변하고, 사람도 변합니다.

나의 작은 텃밭도 태풍에 쓰러진 가지며 고추는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오랜 가뭄에 억세진 열무와 달랑무는 이파리까지 억센 데다가 매운 기운이 강합니다. 연한 것들을 다듬어 김치를 담갔는데도 아이들이 매워서 먹지 못하겠다고 합니다.

지리한 비에 곤충들이 찾아와 주지 않은 탓인지 호박은 열리지 않고 호박순만 퍼지니 호박순을 잘라 상에 내어놓으면서도 마음은 무겁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