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존 케리 민주당 대선후보는 선거 하루 전인 1일까지 전례 없는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최고의 선거전문가들도 결과를 장담하지 못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이날 부시와 케리의 전국적 지지율은 동률이거나 1∼2%포인트 차이만을 보였다.
경합지역에서의 지지율 역시 조사기관에 따라 크게 달랐다. 어느 후보가 주별로 얼마나 많은 선거인단을 확보했는지에 대한 분석은 역대 선거와는 달리 수많은 경우의 수만 제시돼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두 후보가 각각 승리할 수 있는 경우=워싱턴포스트는 1일 선거를 하루 남겨놓은 상황에서 부시는 확고한 23개주와 유력한 4개주를 합쳐 27개주에서 227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했다고 분석했다. 케리는 워싱턴 DC를 포함해 확고한 13개주와 유력한 5개주 등 18개 주에서 232명을 확보했다.
79명의 선거인단을 가진 박빙의 6개주는 플로리다,오하이오,위스콘신,미네소타,아이오와,뉴멕시코로 분류됐다. 이 신문은 뉴욕타임스와 마찬가지로 최대 접전지역으로 꼽혔던 펜실베이니아를 케리 우세 지역으로 분류했지만 USA투데이는 여전히 결과를 알 수 없는 지역으로 남겨놓았다.
워싱턴포스트의 분석에 따르면 오하이오와 플로리다에서 모두 승리하는 후보는 다른 접전지역에서의 결과와 관계없이 무조건 이긴다. 부시는 2000년 대선에서 두 주를 모두 가져갔다. 플로리다와 오하이오는 여론조사기관에 따라 결과가 상반될 정도로 예측이 어려운 곳이다.
부시가 플로리다에서 이기고 케리가 오하이오를 차지할 경우 승부처는 선거인단이 17명인 미시건이 된다. AP통신은 케리는 1일 예정에 없던 미시건 유세를 갑자기 추가했다고 전했다. 지난 대선에서 앨 고어 민주당 후보가 승리했고,실업문제 때문에 케리에게 유리하다고 평가됐던 미시건은 최근 부시 지지율이 급등해 접전지역으로 다시 부각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공개된 로이터·조그비 여론조사 결과 케리는 겨우 1%포인트 차이로 부시에게 앞서고 있다.
부시는 미시건 탈환에 실패하더라도 미네소타,위스콘신,아이오와 등 중서부 3개주에서 마지막 승부를 걸 수 있다. 고어는 지난 대선에서 이 3개주를 모두 차지했었다. 중서부 3개주에서 초 미세 접전이 벌어진다면 당선자가 곧바로 발표될 가능성은 희박해진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경우 3개주 가운데 2개주를 이기는 후보가 백악관에 입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동안 케리는 미네소타에,부시는 아이오와에 주력해왔다. 케리의 승리 시나리오는 부시가 이기는 경우와 정반대다.
접전지역에 대한 각 진영의 분석 결과는 물론 정반대다. 부시 캠프를 총지휘하는 칼 로브 백악관 정치고문은 “지난 대선에서 고어가 승리했던 지역이 경합지역으로 바뀌었다”면서 “이 중 3곳만 빼앗아오면 간단하게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케리 캠프 역시 플로리다와 오하이오 등 부시가 이겼던 지역에서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어 쉽게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최종 여론조사 결과=지난해부터 주기적으로 꾸준히 여론조사를 실시했던 각 기관들은 1일 마지막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의 조사결과는 부시가 케리와 동률이거나 1∼2%포인트 차이로 앞서고 있는 것으로 종합됐다. 그러나 평균 ±3%인 오차범위를 고려한다면 1∼2% 차이는 통계적으로 무의미하다.
CNN·갤럽과 함께 여론조사를 실시했던 USA투데이는 “두 후보의 전국적 지지율은 1년 전 출발점으로 되돌아갔다”고 결론내렸다. 최근 약간의 상승세를 타고 있던 케리의 지지율이 오사마 빈 라덴의 비디오 테이프 공개 이후 다소 하락함으로써 지지율 추이마저 추정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마지막 여론조사 결과는 그동안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 체포,민주당 경선,이라크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 포로학대사건,민주당·공화당 전당대회 등 수많은 변수에 따라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최대 10%포인트 가까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결국 반으로 갈라진 미국 사회의 현 상황이 그대로 반영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론조사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투표율과 20∼30대 첫 투표자의 표심 때문에 의외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교회를 중심으로 신앙심이 깊은 젊은 유권자를 대거 동원했던 부시측의 전략이 적중한다면 케리가 큰 표차이로 패할 수도 있다. 또 빈 라덴의 비디오 테이프 공개로 안보에 불안감을 느끼는 가정주부와 노년층의 표심이 변화할 수도 있다. 이들은 높은 실업률과 사회보장 예산 축소 때문에 케리에게 기운 것으로 평가됐었다. 그러나 진보적 성향의 대학생과 젊은 계층 및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해 온 흑인의 투표 참여율이 높아진다면 정반대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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