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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셋째 아이를 낳기 하루전 제가 원서를 넣은 로스쿨에서 합격 통지서를 받았습니다.
남편은 대학 중퇴를 하고 그나마 굶어죽지는 않을 만큼 벌어오는 직장인이구요
아이는 이번에 새로 태어난 아들과 올해 초등학교 1학년이 되는 첫째와 곧 만 세살이 되는 예쁜 딸이 있습니다.
부모님을 잘 만났다 그러지요. 처음엔 저희집도 부유한 편이었던지라 대학 졸업하기도 전에 결혼을 하고 만 전 학생시절부터 친정 도움으로 걱정없이 살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친정이 점점 어려워지기 시작하더니 덤으로 아버지께서 친구의 보증을 잘못 서셔서 상상을 초월하는 빚마처 떠안게 되셨습니다.
대학을 가까스로 졸업하고도 직장이 구해지지 않고 남편이 벌어오는 돈으로만은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지탱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하더군요.
대학을 졸업하면 부모님 도움 안받고 오히려 용돈 드리면서 잘 살려고 했던 꿈은 슬슬 사라져가고..어느샌가 오기가 생겨 로스쿨을 가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집치우고 아이들보고 하는 반복적인 바쁜 일상에서도 이제까지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부모님과 불평없이 하루종일 일하고 들어오고도 더 못벌어다줘서 미안해하는 남편 호강시켜 줄 생각으로 열심히 공부했지만 작년에는 로스쿨을 떨어지는 쓴잔을 마셔야 했습니다.
버지니아 주 대학에서 참사가 있은 바로 직후여서 혹시 한국인이어서 받아주지 않은 게 아닌가 원망스럽기까지 할 정도로 아쉽더군요.
올해 마지막으로 한번 더 시도한다는 생각으로 시험을 한 번 더보고 원서를 넣었습니다. 올해 시험점수가 작년 것과 그다지 다르지 않아 이번에도 안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막내 아이를 낳기 바로 전날, 합격 통지서를 받았습니다. 얼마나 감동이던지..
그런데 기쁨도 잠시, 어마어마한 학비를 보고 또 한번 낙심을 하게 되더군요. 이건 뭐 일년 학비가 고급 외제차 한대 값이니..친정에서는 당연히 어떻게 해서라도 학비를 부담하시겠다고 하시는데 솔직히 지금 형편에 어떻게 그 많은 돈을 감당하실 지..걱정이고 시집에서는 차라리 직장을 구해서 음식걱정은 안하고 사는 게 어떻겠냐는 태도고..
어쨌든 제가 사는 곳은 학생 융자 제도가 워낙 좋아서 삼분의 이는 융자를 받게 되었는데, 시집에서 또 하는 말이 학교 다니는 삼년동안은 또 어떻게 살려냐고 합니다. 로스쿨 첫 일년은 아침부터 늦은 오후까지 수업이 있기 때문에 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 친정에서는 어려운 형편에도 아직까지 꼬박꼬박 저희에게 생활비를 보내주시는데 월세를 내고나면 남는 것이 없고 남편의 월급으로 식비, 물세, 전기세, 건강보험, 자동차 보험정도를 근근히 내는 정도입니다. 저희가 사는 곳은 차가 없으면 아무데도 갈수가 없는 동네인데 저희집은 차가 한대라 제가 학교를 다니기 시작한다면 차까지 한대 더 사야합니다. 그러면 차융자에다 자동차 보험도 올라가죠. 거기다 허벌나게 올라간 기름값까지..이것도 친정에서 부담하라고 하기엔 저도 사람인데 어찌 그런 부탁을 할 수 있겠습니까..
나머지 학비를 내고 3년간 개고생해서 변호사가 되느냐, 아니면 로스쿨을 포기하고 계속 직장을 구하러 다니느냐...너무 고민이 되네요. 물론 최후의 선택은 스스로에게 달렸겠지만 이렇게라도 고민을 털어놓으면 좀 후련해질까 하여 구구절절 써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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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없이 새벽에 잠안자고 끄적인 글에 많은 답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갑자기 너무 많은 조회수에 놀랐어요 ㅋ.
여기 맞춤법, 띄어쓰기까지 꼼꼼하게 챙겨주신 분들 제일 고맙고요, 고민 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하고..여긴 벌써 새벽 5시 반..이젠 한두시간만이라도 눈을 붙여야겠죠?
여러분들도 좋은 하루!
참고로 전 미국에서 중,고,대를 다 나왔구요, 부모님은 한국에 계십니다.
제가 말하는 로스쿨은 미국에서 4년제 대학을 나온다음 가는 3년제 대학원이고요 한국 로스쿨 제도와는 좀 거리가 먼...그리고 전 미국에서 계속 살 생각이고요.
아이들은 시어머니께서 양육을 전적으로 도와주시겠다고 하고..남편도 가라고 하는데..
아이들이 커서 대학 가야하고 차도 사야하는 때가 오면 부모인 저희가 넉넉하게 해주고 싶기도 하고..여러가지로 로스쿨에 도전해보고 싶은 것이 저의 솔직한 바램입니다..
좋은 말씀들 감사하고 여러가지로 도움이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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