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올해의 선수상 후보는 모두 5명이었다. 일본의 야수히토 엔도와
유지 나카자와, UAE의
이스마엘 마타르, 카타르의 세바스챤 퀸타나, 그리고 우즈벡의 세르베르 제파로브가 그들이다.
이 5명은 점수제에 따라 선정되었다. 이 점수제는 특정 경기에서 최우수 선수로 선정된 횟수로 결정된다. 2008년에 점수 집계 대상이 된 경기는 월드컵 아시아 예선 경기와 올림픽 경기, AFC 챔피언스 리그와 AFC가 주관하는 컵 경기들이다.
AFC는 이 점수제가 공정하고 투명하며 과학적인 평가 방법이라고 자랑하고 있지만 사실상 축구 경기에서 선수들의 공헌도를 측정할 수 있는 과학적인 방법이란 것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점수제 자체는 과학적일지 몰라도 최우수 선수를 선정하는 것 부터가 비과학적인 과정이다.
물론 완벽한 평가 방법은 있을 수 없지만 AFC 같은 큰 단체가 주는 상을 몇몇 경기로 점수를 매긴다는 것은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니다. 2007년에는 성남의
한동원이 올림픽 예선 두 경기에서 연달아 2골을 몰아 넣으면서 선두로 치고나간 당황스러운 사태가 있었다. 정작 K리그에서는 출전 기회를 잡기가 어려운 상황이었음에도 국제 대회에서 잠깐 보여준 활약때문에 그는 상위권에 자리할 수 있었다.
점수제의 또 다른 문제점은 경기의 중요도가 반영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AFC 챔피언스 리그 결승에서 2-0으로 팀이 뒤지는 상황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팀에 우승을 안기나 동남아시아의 최약체 팀을 상대로 해트트릭을 기록하나 같은 점수를 받게 된다.
점수제가 국내 리그에서의 활약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도 큰 문제점 중 하나다.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유럽에서 활약하고 있는 아시아 선수들은 사실상 이 상을 받기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박지성이나 나카무라 슌스케같은 선수들은 월드컵 예선 경기에서 점수를 획득할 수 있겠지만 다른 선수들은 AFC 챔피언스 리그나 다른 컵 대회에서 훨씬 많은 경기를 치르며 점수를 높여나간다. 더구나 유럽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올림픽에 출전할 가능성은 더욱 희박하다.
박지성은 지난 시즌 챔피언스 리그 결승에 출장하지 못했지만 8강과 4강에서 AS로마와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360분을 소화하면서 최고의 활약을 한 선수 중 하나이다. 또한 체력이 딸리는 후반기에 맨유가 리그 성적을 유지하는데 큰 공헌을 했다. 아시아의 최고 스타들이자 아시아 축구의 위상을 드높인 박지성과 나카무라 ?스케가 이 상을 받지 못한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일년을 결산하여 최고를 선정하는 상이라면 언제나 신용도과 권위의 논란 시비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AFC가 유럽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상을 받지 못하도록 제도를 만든 이유가 단순히 유럽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수여식에 참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무슨 상이든 세간의 주목을 받는 정도로 그 권위를 가늠할 수 있다. 언젠가는 AFC 올해의 선수상을 받는 선수가 세계 축구계의 중요한 화두가 될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그런 단계가 아니다.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은 많겠지만, 최소한 UEFA 챔피언스 리그 경기가 열리는 날, 그것도 16강 진출 여부가 판가름 나기 시작하는 5라운드 경기일일에 행사를 개최하는 것은 그다지 현명한 일이 아니다. 차라리 12월 쯤 유럽 빅리그 일정이 휴식기를 가지고 아시아 국내 리그들도 일정을 마치는 시기에 이런 행사를 하는 것이 모두에게 좋을 것이다.
이런 비판은 가혹한 것일지도 모른다. 상을 주는 주최측인 만큼 AFC가 어떻게 일정과 선정 방식을 짜든 그건 AFC의 재량일 수도 있다. 그러나 AFC가 아시아의 축구팬들, 나아가 전 세계의 축구팬들을 끌어오고자 한다면 반드시 변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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