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기다리는 마음  
 
- 박승학 목사(칼럼리스트) 
     

지난 1월 31일(2012년) 덕유산 향적봉 눈꽃산행을 다녀온 적이 있었다. 설천봉에서 향적봉-중봉-송계삼거리-동엽령-안성매표소로 내려오는 코스였다.

오전 10시 케이블카를 타고 설천봉에서 내리니 칼바람이 매서웠다. 귀마개, 마스크, 등산복 머리 덮개까지 끈으로 여미어도 이마와 눈썹이 금세 얼어버린다. 안개 같은 구름과 눈보라가 거센 바람에 몰아쳐 눈을 뜨기도 지척을 분간하기도 어려웠다.

겨울 산행에서는 언제나 겪는 일이지만 역시 덕유산 정상의 바람은 매서웠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려 해도 매서운 칼바람과 싸워야 했다. 무릎까지 빠지는 눈길을 헤치며 완주한 산행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3월이 되었다.

겨울의 소매 자락을 부여잡고 앙탈하던 그 차가운 추위도 따스한 봄바람 앞에 서서히 사라지고, 찬바람 들어올까 꼭꼭 닫아 둔 창문을 열어젖히고 두꺼운 옷을 벗고 가벼운 옷으로 갈아입고 찬란한 봄을 맞는다. 추위에 움츠렸던 집집마다 따스한 봄은 이렇게 찾아오고 있다.

그 덕유산 향적봉, 지리산 천왕봉 기슭에는 아직도 하얀 잔설이 남아 있는데 제주에는 유채꽃이 만개했다니 이젠 섬진강 기슭 양지쪽마다 노오란 산수유 군집과 매화의 화사한 합창이 온 기슭에 울려 퍼져갈 날이 저만큼 다가오고 있다.

이처럼 설레며 황홀함을 주는 봄, 나의 사랑하는 계절의 연인 봄 처녀가 이처럼 가까이 와 있음이 너무도 설레고 행복하다. 지난해 봄을 보내며 아쉬워했던 꽃들을 추억해 본다.

그 수려한 목련 꽃잎이 하나둘 떨어지던 날 그렇게도 아쉬워했는데, 벚꽃 축제 끝날 흰 눈처럼 흩어지는 꽃잎을 바라보면서 그렇게 아쉬워했었는데, 개나리 진달래 화사한 미소로 하늘하늘 속삭이던 소리가 귀에 쟁쟁했었는데, 그토록 오랫동안 기다리던 봄이 따스한 햇살을 머리에 이고 산들산들 봄바람을 밟으며 포근한 치마 갈아입고 저만큼 가까이 오고 있다.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해마다 봄바람이 남으로 오네
아- 꽃피는 사월이면 진달래 향기 밀 익은 오월이면 보리 내음새 
어느 것 한가진들 실어 안 오리 남촌서 남풍 불 제 나는 좋대나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저 하늘 저 빛깔이 그리 고울까
아- 금잔디 넓은 벌엔 호랑나비 떼 버들 밭 실개천엔 종달새 노래
어느 것 한가진들 실어 안 오리 남촌서 남풍 불 제 나는 좋대나』

창문 밖에 2층까지 올라온 라일락 꽃나무를 바라보니 담장의 홍매화도 금세 예쁜 꽃망울을 터트리고 피어 날 것이니 꽃을 기다리는 설레는 마음, 행복에 젖어본다.

계룡산 수통골 개울가엔 버들강아지, 등산로에는 민들레, 제비꽃, 금낭화, 노루귀 등 이름 모를 야생화가 저마다의 아름다운 빛깔로 꽃을 피우고 기다릴 것이다. 발로 밟히고 뭉개져도 얼굴 찡그리거나 불평하지 않고 피어 날 것이니 금년에 피는 꽃들은 또 무어라 그분의 메시지를 속삭여 줄까. 마음은 벌써 봄 길을 걷는다.

- 출처 : 뉴스미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