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4.16.
아픈 별이 된 아이들에게 -  세월호 희생자 추모시 

아픈 별이 된 아이들에게 - 세월호 희생자 추모시

시 / 리 울 김형태

차가운 진도 앞 밤바다에

꽃을 시샘하는 어둠에 의해 떨어져 누운

봄을 닮은, 여리고 푸르른 별빛들...

미안하다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무조건 어른들 말 잘 들으라고 가르쳐서 미안하다

서로 양보라고 배려하라고 가르쳐서 미안하다

아니 사람보다 돈이 우선이고, 안전보다 효율이 우선이고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고

꿩 잡는 게 매라고 가르치지 않아 정말 미안하다...

하루 아침에 푸른 낙엽이 된 너희들을 보면서

슬픔의 눈물보다, 절망의 한숨보다

입 안 가득 붉은 울음을 밤을 새워 토해내는 소쩍새처럼

땅의 심장을 뚫고 솟아올라 온 산야를 저렇게 흥건히 적시는

핏빛 철쭉처럼 이제는 거룩한 분노가 타오르고 또 타오른다

좋은 게 좋은 게 아니고

옳은 게 좋은 것이고

옳은 게 옳은 것이라고,

진실과 정의를 말하는데

용기를 필요로 하는 세상은

바른 세상이 아니라고 촛불이 되어 외쳐본다.

사랑하는 아이들아 잘 가거라...

내신등급도 없고, 성적으로 줄 세우지도 않고, 차가운 경쟁도 없는 사회로,

우정어린 눈빛이 살아있고, 태어난 집은 달라도 배우는 학교는 평등한 나라로,

서로 어깨동무하며 두레두레 신나게 더불어 잘 사는, 뜻이 호흡하는 세상으로

꽃처럼 나비처럼 훨훨 날아가거라...

그리고 아이들아 다시 오거라...

별이 되고 바람이 되어 다시 오거라...

검은 겨울 향해 죽비를 내리치는 봄비로,

뜨겁게 나뭇잎과 입맞춤하는 싱그러운 광합성으로,

노오란 은행잎과 밀어를 속삭이는 노을빛 가을햇살로,

청보리의 시린 손발을 소담스럽게 보듬어주는 함박눈으로

그렇게 그렇게 다시 오거라 사랑하는 우리의 아이들아...

김형태 시인은 1965년 충남 논산에서 출생했으며, 2003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이름을 알렸다. 이후 오월문학상, ‘문학과의식’ 신인 문예상, 교단문예상 등을 수상했다. 서울 양천고등학교에서 국어교사로 재직 중 재단비리에 맞서다 해직됐으나 2010년 6·2지방선거를 통해 서울시 교육의원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