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10년만에 뭉친 정트리오] 어머니위해 한무대 ‘孝트리오’
기사입력 : 2004.09.05, 18:54
4일 밤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정명화(첼로)·정경화(바이올린)·정명훈(피아노)으로 이루어진 정트리오의 공연에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이날 공연은 ‘바쁜 스케줄 때문에 충분한 연습 시간을 갖지 못해 만족할 만한 수준의 연주를 계속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1995년 광복 50돌 기념 ‘세계를 빛낸 한국 음악인 대향연’ 이후 3중주 활동을 접었던 이들이 10년 만에 다시 뭉친 것.

베토벤 ‘피아노 트리오 제5번 라장조 작품 70-1 유령’,브람스 ‘피아노 트리오 나장조 작품 8’,쇼스타코비치 ‘피아노 트리오 2번 마단조 작품 67’로 구성된 프로그램은 정명훈의 함축적이고 무게있는 피아노,정경화의 밀도있고 예리한 바이올린,정명화의 중후하면서도 유장한 첼로가 어우러져 큰 감동을 자아냈다.
지난달 24일 일본 센다이,도쿄 그리고 한국 통영,부산,제주,대구를 순회하는 마지막 무대로 관객들은 이들이 빚어낸 황금의 앙상블에 환호했다.

이때 정트리오가 객석 앞쪽을 가리키며 고마움의 인사를 보냈다. 바로 이들의 어머니 이원숙 여사를 향한 것. 갑자기 정트리오의 막내인 정명훈씨가 무대에서 뛰어내려 객석으로 내려가 어머님을 부축해 무대 바로 앞까지 왔고 미리 준비한 꽃다발을 선물했다. 그리고 무대에 있던 두 딸도 어머니에게 다시 한번 인사를 하며 깊은 사랑을 표시했다. 특히 평소 냉정해 보이는 정경화씨는 무대에서 어머니를 향해 하트를 그리는 등 애교를 부려 객석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 여사는 객석을 향해 “고맙습니다”를 연신 말하며 여러번 고개를 숙였다.

사실 이번 공연은 남매를 세계적 음악가로 키운 어머니 이원숙 여사의 86회 생일을 맞아 보은의 무대로 마련한 것. 이 여사는 훌륭한 음악가 뒤에는 위대한 어머니가 있다는 말을 뒷받침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 여사가 6·25전쟁 때 부산으로 피난가면서 피아노를 챙겼던 것이나 70년대 이화여대 강당에서 연주회를 가질 때 신촌역을 지나가는 기차가 기적 소리를 내지 않도록 철도청에 협조를 구한 일화는 지금도 회자될 정도다. 이때문에 이 여사가 자신의 양육법을 소개한 자서전 ‘너의 꿈을 펼쳐라’는 지금도 자식을 음악가로 키우려는 부모들의 지침서가 되고 있다.

장지영기자 jyjang@kmib.co.kr